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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어제 측근이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지난 달 측근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중소기업 지원에 공로가 있다며 표창장을 받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온한 말투로
상금 받은 거라며 건네는 봉투를 열어보니 전통시장 상품권 50만원어치다.
상턱 낸다고 밥값 술값으로 50만원 남짓 썼으니
그닥 살림에 보탬이 되는 건 아니다.
부부전 이후 냉랭하던 나와는 달리 측근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다.
어쩌면 저렇게 자연스러운 성조가 나올까?
연기하는 재주가 있기는 만무하고
기억력이 엄청 나쁘거나 천연덕스럽거나.
'당신과 살아가는 노년이 나는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으니
'산속으로 들어가 벌 치며 혼자 살거다.' 했을 터이고.
'나와 함께 예쁘게 늙어갈 생각도 노력도 없는 남자'에게
오만정이 떨어진 나의 심사도 당연지사.
퇴근해서 신문을 뒤적이던 측근이 딸에게.
측근 : **야~ 오늘 저녁 영화 보러 가자.
(딸애에게 싸운 거 들키기 싫어서
나는 딸애 있는 시간에는 측근에게 자연스러운 어투를 애써 연기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딸애는,)
딸냄 : 아빠, 나 내일 영화 보기로 했어.
엄마랑 둘이서 봐.
측근 : 그럼 내일 같이 볼까?
(죄 없는 딸애에게 매달리는 측근)
딸냄 : 친구랑 보기로 이미 약속했어.
두 분이서 다정하게 데이트하셔~
(그것도 존심이라꼬. 듣다 못해)
아내 : 무슨 영화 보고 싶은 건데..
측근 : 모.. 국제시장.. (모기 날개 소리로)
아내 : 알아 볼게.
(집 근처 CGV관 들어가 보니
불금이라 프라임존 좌석은 없다.)
아내 : 오늘 건 좋은 좌석 없어요.
측근 : 그럼 내일 걸로.. (매미 날개 소리로)
오늘 영화 보고 식품 쇼핑했다.
같이 장 보러 가면 카트 밀고 어디론가 사라지곤 해서
비닐에 담긴 식품 들고 찾아다니기도 여러 번.
도와주러 온 건지 민폐 끼치러 온 건지.
오늘은 노선 이탈 없이 다소곳하니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문 열어주고 받쳐주고 들어주는 서비스의 태도가 다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지만
목하 전시 중에는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골 부리고 고집 피울 땐 정갱이를 걷어차 주고 싶을 정도.
며칠 동안,
골통 땡감 지리산 골짜기로 보내 버리고
고적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생각했다.
그래.. 부부싸움으로 가슴이 멍들 때면
'새빠지 신상 머슴' 들이는 즐거운 상상으로 치유하지 뭐..
후기입니다.
내밀한 장미전쟁을 공개했으니
추후 보고서도 올려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후기 올립니다.
아참..
영화 '국제시장' 후기도 올려야겠죠.
볼 만합니다.
격동기의 근현대사를 한 가족에 투영시켜 엮어낸 시나리오가
옴니버스처럼 똑똑 끊기는 느낌은 있지만 나름 심금을 울립니다.
측근이나 연인과 함께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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