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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가족이란 식구다.
우리 식구들은 함께 식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출퇴근 시간이 각각이고
각자 생활 리듬이 달라서인지
좀체 밥상머리에 둘러앉을 시간이 나지 않는다.
딸애는 아침을 잘 먹지 않는다.
된장국, 밥 한 숟가락, 김치로 차린 간단한 아침식사라든가
현미찰떡, 호박죽 이런 걸 내어보았지만 냉정하게 '노!'다.
잔소리와 크고 작은 전쟁을 치룬 후에
호두파이 한 조각, 과일 두 조각, 우유 반컵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다.
그나마 늦게 일어난 날은 쟁반을 밀치고 뛰어나간다.
시골집에서 직접 농사 지은 신선한 유기농 작물로 요리한
좋은 음식을 딸애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좋은 음식은 밀쳐두고 악식으로 끼니를 채우는 딸애가 속상했다.
점심과 저녁은 당연히 매식이다.
나는 대학가 음식의 재료가 어떤 수준인지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나마 아침식사도 호두파이니 밀가루로 만든 매식이다.
물엿과 꿀로 반죽한 무설탕 수제 호두파이 작은 조각 하나,
유기농 우유 반 컵, 과일 작은 두 쪽이
그나마 집에서 먹는 음식의 전부다.
겨울엔 시골집을 가지 않으니
이 기회에 식구임을 입증하고 싶었다.
주말 중 하루는 식구가 모여 식사하자고 했다.
어쩌다 세 식구가 집에 모였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측근은 결혼식 등산 모임 등으로 바쁘다.
집에 있는 날엔 현미떡을 먹었으니 점심은 이르다느니
체중관리를 위해 저녁은 먹지 않겠다느니 핑계가 많다.
딸애 역시 휴일에 집에 있는 날도 드물지만
집에 있는 날조차도 아침식사는 안하겠다 하고
애매한 시간에 배고프다며 냉장고를 뒤지곤 한다.
가족이 함께 있어도 나 혼자 식탁에 앉는 경우가 많다.
밥 먹었냐는 물음이 안부 인사이고
음식 앞에 두고 인심 사나우면
받을 복도 멀리 달아난다고 믿고 살았다.
함께 음식을 먹는 행위는
특히 가족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
가족끼리 밥상에 둘러앉는 의식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원의 보충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일조차도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만들기가 순조롭지 않다.
내 생일 내가 차려먹자고
식구들에게 시간 내라 사정하는 것도 '아더매치'다.
결혼 20년이 지난 시점부터인가는 생일 선물도 하는둥 마는둥이다.
적당하게 눙치거나 허리 찔러 약식 절 받기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아더매치'다.
딸애의 형식적인 선물에도 마음과 정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야속하고 씁쓸한 '아더매치'다.
'식구'의 가치와 의미를 되살리려 나름 노력했지만
이제 그만 포기하기로 했다.
다들 바쁘신데 그냥 편한대로 하시라.
사람들은 가족을 위해 바쁘게 일한다.
정작 이 대의명분때문에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은 없다.
본질을 비켜가는 삶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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