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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라는 이름의 낙원 2
2003년 02월05일 17시 54분에 작성하셨습니다.
삶의 대부분은 일상으로 얼크러져 있다.
한 술 더 떠서 '가족'이라는 동아줄에 묶여 있기 까지 한다.
가끔 세상을 뒤집고 싶지만 대가를 치룰 만한 용기도 없다.
'가족'이라는 신당은 마치 굶주린 여신처럼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바칠 것을 요구한다.
가족이란 명제는 다분히 스피노자의 사과나무 심기 강박증으로 우리를 억누른다.
온갖 선량한 캠페인으로 포위 당한 우리는 가족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지만
정작 열심히 일할수록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줄어든다.
이 갇혀 있는 삶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자기 아들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에게 보냈다네.
그 젊은이는 사십 일 동안 사막을 걸어 산꼭대기에 있는 현자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성에 이르렀지.....
현자는 젊은이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행복의 비밀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 했어.
우선 자신의 저택을 구경하고 두 시간 후에 다시 오라고 했지. 그리고는 덧붙였어.
"그런데 그전에 지켜야 할 일이 있소."
현자는 이렇게 말하더니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넸다네.
"이곳에서 걸어다는 동안 이 찻숟가락의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되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찻숟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두 시간 후에 그는 다시 현자 앞으로 돌아왔지.
"자, 어디..."
현자가 젊은이에게 물었다네.
"그대는 내 집 식당에 있는 정교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았소?
정원사가 십 년 걸려 가꿔놓은 아름다운 정원은?
서재에 꽂혀있는 양피지로 된 훌륭한 책들도 좀 살펴보았소?"
젊은이는 당황했어.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네.
당연한 일이었지.
그의 관심은 오로지 기름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야.
"그렇다면 다시 가서 내 집의 아름다운 것들을 좀 살펴보고 오시오."
그리고 현자는 이렇게 덧붙였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는 없는 법이라오."
이제 젊은이는 편안해진 마음으로 찻숟가락을 들고 다시 저택을 구경했지.
이번에는 저택의 천장과 벽에 걸린 모든 예술품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어.
정원과 주변의 산들, 화려한 꽃들,
저마다 제자리에 꼭 맞게 놓여 있는 예술품들의 고요한 조화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자기가 본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지.
"그런데 내가 그대에게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
현자가 물었다네.
그제서야 숟가락을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흘러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네.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최정수 역, 문학동네, 2001, p61, 62.)
현자가 이르는 행복의 비밀이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고 향유하면서
그리고 동시에 작은 숟가락에 담긴 기름 방울을 지키는 것...
이것은 니트로 글리세린이 든 유리 플라스크를 안고 번지점프를 해보라는 말이다.
현자처럼 집을 두번 돌아볼 기회도 주지 않는다.
억울한 인생이다.
어쩌면 삶이란 격정을 빼고 나면 허풍선이일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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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