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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의 도시 싱가폴
2003년 01월21일 18시 08분에 작성하셨습니다.
출발하기 이틀 전 천마산 스키장에 다녀왔으니 (자료실 사진 27) 겨울을 흠씬 누렸고,
싱가폴은 장마 더위에, 태국은 따끈한 여름, 홍콩은 가을이었으니
거의 사계절을 열흘만에 몸으로 겪었다.
싱가폴 여행은 현지가이드의 갖가지 벌금에 대한 브리핑으로 시작된다.
지나치게 깔끔한 도시,
"우리는 도시를 건설하고 공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 공원을 만들고 그 위에 도시를 건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도시 전체가 잘 다듬어진 수목과 정원수와 초목으로 가득했다.
정부 관리가 가정집 베란다에 내 놓은 화분 받침에
모기 유충이 서식할 물이 고여 있는 지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러 나온다는 나라,
도로가 지저분해 진다고 껌을 팔지 않는 나라,
손님이 타고 있지 않은 버스는 시동을 걸어놓을 수 없다는 등의 세세한 법규를 갖고 있으며,
이런 소소한 법규를 어길 때마다 다시는 어기고 싶지 않을 만큼 호되게 벌금을 매기는 나라가 싱가폴이다.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냉동에서 풀린 '구닥다리 맨'이 욕설을 뱉을 때마다
거리마다 깔린 컴퓨터가 위법을 경고하고 벌금고지서가 출력이 되는 사회는
얼마나 재미 없을 것인가.
사람이라면 가끔 술도 마시고 소리도 지르고 헷소리도 할 수도 있을 터인데,
밤이 깊어도 길거리에 술 마시고 흐느적거리는 사람들이 한명도 없으며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대신 싱가폴 사람들은 각종의 내기와 도박이 생활화되어 있다고 한다.
지난 번 월드컵 기간동안 거의 모든 가정에서 희비가 엇갈렸단다.
도박이 유일의 오락이고 낙이라니,
국가는 부자지만 개인은 가난한 일본인들 만큼이나 가엾은 부자 나라 사람들이다.
싱가폴의 수도물은 그대로 마셔도 될 만큼 깨끗하다고 한다.
수자원이 풍부한 옆 나라 말레이지아에서 파이프를 연결해 공급 받은 물을 정수해서
자국에서 쓰고도 남아 8배의 값으로 되팔아
수자원 하나 없는 싱가폴이 오히려 물 때문에 돈을 번다고 한다.
이웃 나라의 값싼 노동력을 동원하여 정원수 하나 하나까지 가위로 잘라 다듬고
꽃이 담긴 화분의 계획적인 정렬, 색색의 조명으로 치장한 분수들,
길들이고 훈련된 새들의 쇼, 으슬으슬 춥기까지 한 깔끔한 건물 내부,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옆 말레이지아와 다음 일정으로 이어진 태국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쾌적했다.
싱가폴의 공기는 청정했고 관광수입과 항만의 수입으로 먹고 사는 나라답게
사람들은 무척 친절했지만 도시 전체는 어쩐지 정이 가지 않았다.
쇼핑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싱가폴, 홍콩 등을 경유하기 보다는 태국에서만 머무는 것을 권하고 싶지만
(일행 중에는 홍콩이 가장 좋았다는 사람도 있었음),
'좋다'와 '나쁘다'의 의미란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비교우위에서 나오는 것.
여건이 허락한다면 태국으로 배낭을 매고 자유여행을 하고 싶다.
그러나 배낭여행은 이 나이, 이 체력에 이제는 무리이겠지.
(동남아 여행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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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