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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야 향기는 바람에 흩날리고 1
2003년 01월08일 21시 29분에 작성하셨습니다.
사실 7일간의 이번 여행에 큰 기대는 없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현지인에게 손짓 발짓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길을 묻기도 하고
독특한 음식과 민예품을 찾아본다든가 하는 나대로의 여행이 아니라,
가이드가 이끄는 대로 다녀야 하는 고급 패키지 여행이었다.
내 입장에서 말한다면 "열심히 일 했으니 누리자" 였고
남편의 입장에서는 오랜만의 장거리 가족 여행이었고
딸아이에겐 첫 해외여행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자녀가 중학생만 되어도 부모와의 여행을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을 거라는 조언에 힘입어
모처럼 기획된 이번 여행은 지난 일년동안 예원학교 입시를 치루느라 애쓴 딸아이에게
보상의 의미가 깔린 여행이기도 했다.
싱가폴, 싱가폴에서 다리 건너 잠깐 들른 말레이시아, 태국에서의 3박4일,
돌아오는 길에 들른 홍콩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태국이었다.
태국은 알 수 없는 매력을 주는 나라이다.
인도 여행자들은, 인도에 있을 때는 더러운 거리와 거리마다 넘치는 구걸자와
물도 음식도 함부로 먹을 수 없을 만큼 비위생적인 참을 수 없는 그곳이
정작 떠나온 다음에는 아련히 그리워지고 다시 가고 싶은 나라가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태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지금,
나 역시 태국은 다시 가고 싶은 나라가 되어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의 눈빛은 살벌하다.
태국 사람들의 눈빛은 따뜻하게 풀어져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온 나라가 살육 당하고 있을 때 옆 나라 태국은 미군들의 휴양처로 흥청거리고 있었다.
수색대 헬기가 미군들의 휴양처를 찾아 다니다가 발견했다는 파타야 해변은 말 그대로 지상의 천국이다.
호텔의 뒷마당과 바로 이어진 해변은 모래가 아닌 산호와 조개가 부숴진 석회질 성분으로 부드럽기 그지 없었고
피부에 들러 붙지도 않았다. 갖가지 풍성한 열대 과일과, 햇볕은 싱가폴의 그것처럼 후덥지근하지도 않았고
로마처럼 따갑지도 않았으며 원적외선이 다량 함유되었다는 분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온화하게 미끄러진다.
파타야에서 배를 타고 30분쯤 가면 온갖 해양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산호섬이 있다.
어떤 레저를 막론하고 보통 서너명의 도우미들이 따라 붙어 완벽한 서비스와 안전을 보장해 준다.
태국 사람들의 미소는 여행자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 놓는다.
태국 현지인들은 영어가 통하지 않았을 뿐더러
자기네 나라말인 태국어로 쓰인 호텔 이름조차 택시 운전수는 해독하지 못했다.
태국 사람들에게 질문을 하면 그들은 뻥 뚤린 눈매에 쌍거플 그늘진 커다란 눈으로 말갛게 웃는다.
알아듣는 줄 알고 대답을 기다리면 다시 또 웃는다.
한국인 현지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 나라가 미국이고 다음이 일본이고 세번째가 코리아로 알고 있다고 한다.
관광지에서의 씀씀이에서 유추한 순위일 것이다.
유럽 사람들은 여행을 할 때 재고 재고 또 재면서 쫀쫀하게 소비하지만
우리의 통 큰(?) 한국인들은 만원권의 팁도 기분 좋게 던지니 왜 아니 그렇겠는가.
태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만원권, 천원권 지폐가 통용된다.
그 많은 한국돈이 외국에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점이 무척 의아했다.
태국 아줌마들은 천원권 한뭉치를 들고 만원권으로 바꾸어달라고 졸졸 따라 다닌다.
은행에 가면 만원권을 더 쳐주어 수입이 된다는 것이다.
현지인 꼬마들이 조악한 물건을 팔면서 첫 마디가 한국어로 "이거 진짜예요" 이다.
볼펜이 가짜가 어디 있고 진짜가 어디 있을까마는
(악어 허리띠, 가오리 지갑에다 대고 진짜냐고 반문한 한국인이 유도했을) 어쨌든 '진짜'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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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